브라질 버스에서는 세가지 재밌는 점이 있다.
1. 꼬브라도르(Cobrador)
사전을 찾아보니 영어로는 Collector라고 한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어쨋든 동전을 Collect하는 사람이긴 하다. 즉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버스 운전사는 운전만 하고, 승객의 돈만 받는 일을 하는(!) 직업이 따로 존재하는데 이를 보통 꼬브라도르 라고 부른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안내양의 역할을 하기도 해서 원하는 장소를 얘기하면 내리기전에 불러주기까지 한다. 이곳에서 내가 다니는 UFRGS(히우 그란지 두 술 연방 대학교 : Universiade Federal do Rio Grande do Sul) 까지는 버스가 많지 않아서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등교한다. 그래서인지 늘 보는 얼굴을 등교(혹은 하교)할때 마다 만나게 되는데 아는척이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분이 바로 그 Cobrador 이시다!
꽤 어렵사리 찍은 사진인데 역시 좀 흔들렸다. 대놓고 찍기가 뭐하기도 했지만, 이 버스의 운전사는 무슨 드리프트까지 하고 싶은지 좁은 골목을 미친듯이 달려대서 급하게 찍었더니 이리되었다.
2. 로따썽(Lotação)
로따썽을 굳이 번역하려면 좌석 버스 정도로 해야한다. 물론 속성은 전혀 다르다. 이 버스는 우선 꼬브라도르가 없다. 꼬브라도르가 없는 이유는 버스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대강 15인승 봉고보다 약간 큰 정도로, 20명 정도 탈수 있을것 같다. (세보진 않았다.) 재밌는 것은 정류장은 있지만 정류장이 없다(?)는 것이다. 무슨소린가 하면 이 로따썽을 타기 위한 정류장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냥 손들면 세워준다. 대신 2.3 헤알인 보통 버스에 비해 1헤알 더 비싼 3.3 헤알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는 사실상 2헤알을 더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매우 불편한-_- 과정을 통해서 버스카드를 구입하면 2.3 헤알의 버스비를 무려 반값!!으로 할인해준다. 이는 사실 버스 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할인제도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축구경기를 봐도 반값, 식사비도 할인해주고, 영화비도 깍아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버스는 탈때도 아무데서나 탈 수 있지만 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차를 세울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그냥 세워준다. 게다가 승차후 착석을 하지 못하면 사람을 태우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진정한 좌석버스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작은 만큼 빠르기도 해서 급한일이 있거나 할때 이용하면 참 좋다. (사실 말이 바른말이지, 이놈의 노선이 버스겉에 너무 작게 써있고 빠르게 지나가는 지라 :( 외국인들에겐 그다지 유용하진 않다.) 마지막으로 이 버스는 막차가 없다. 늦은 저녁이 되면 차가 끊기는 것이 아니라 배차시간이 길어진다. 근데 뭐 여긴 워낙 밤에 위험하니 ....
3. 버스전용 중앙차선과 굴절버스 그리고 하차버튼!
아 이건 왠 서울얘기냐 하신다면 경기도 오산에 평택이다. 우선 서울의 교통체제 자체가 브라질의 도시인 꾸리찌바(Curitiba) 버스체계를 보고 감동하신 이명박 전 서울시장님께서 본따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도 동일한 차선과 정류장이 존재한다. 브라질은 원조답게 전용차선으로 버스이외에 다른 차들이 침입(-_-)하지 못하게 두터운 돌벽을 쌓아놓은 것만 다른 정도이다.
굴절버스 역시 한국에서도 본 물건이지만 원조는 브라질이다. (실제론 어디가 처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그것은 브라질을 본딴것이다.) 별 다를건 없다.
진짜 재밌는 것은 요것. 하차버튼이다. 물론 이곳에도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도입한 봉에달린 하차버튼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브라질 버스의 손잡이를 보면 검정색 줄이 버스 전면에서 뒤에까지 길게 늘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냥 보면 무슨 커튼을 달면 딱 좋게 생긴 튼튼한 줄이다.
운전석까지 이어진 검정색 선에 주목하라!
이것은 사실 하차버튼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줄을 당기면 하차등에 불이 들어온다! 처음에 이것을 경험하고 참 의아했다. 브라질 버스에는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도입한 버스TV가 달려있다. 게다가 쓰레기통도 달려있고, 우체통도 달려있다. 심지어는 전화(!)까지도 달려있는데, 막상 하차버튼은 줄이다. 아니 이게 무슨 컨트리테크놀로지 인지 사람 헷갈리게 하는데는 뭐 있다. 게다가 버스에는 안내 방송은 커녕 노선도 하나 없어서 모르는 곳을 가고 싶으면 꼬브라도르에게 부탁해서 불러주세요~ 하지 않는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길은 대부분 일방통행이요 노선은 복잡해서 자칫하면 같은 곳에 내리고도 어딘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신경써야 하는 점이 많다.
브라질에 살면서 겪게 되는 점 중에 가장 큰 점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현재와 과거의 중첩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수입을 한 기술인지 브라질 자국의 기술인지는 몰라도 적용된 기술 자체는 상당히 발전되어 있다. 버스에 TV와 전화가 달려있는가 하면, 안내방송조차 안하고 버스비도 손으로 받고 있다. 이는 버스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고 전체적인 국가 분위기가 그렇다. 버스카드는 존재하지만 버스카드를 받기위한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냥 학생증 보여주고 사면 될것을, 7~8개의 서류를 동봉해서 가야 하는데, 쁘로또꼴루(Protocolo)라고 하는 외국인 신분증은 여기서 사용치 못하고 오히려 사진도 없는 CPF 라는 새로운 신분증을 새로 만들어야 가능하다. 이놈의 CPF도 만들려면 우체국에서 신청하고 학교에서 데끌라라썽(Declaracao)이라고 하는 인증서(?)를 또 가지고 헤쎄이따 뻬데라우(Receita Federal)로 가야 하는데 이도 상당히 번거롭고 시간도 상당히 소요된다. 모든 일이 다 이렇다. 아 발전된 시스템이구나 하면 절차가 복잡해 사람을 괴롭게 하고, 그나마도 담당하는 사람들이 느긋해서 시간이 더 걸린다.
숨차게 써왔는데, 사실 브라질에서 사는것은 불편함과 지연되는 것을 참는 일의 연속이기도 하다. 몇일까지 나온다 해서 찾아가면 '아직 안되어서 미안하다. 다음에 와라.' 라는 아주 무책임한 대답을 듣기도 하니 참 곤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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