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9. 12. 31. 11:01
 스톤헨지는 한마디로 돌무더기다. 영국 남부에 있는 Salisbury라는 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일종의 고대 사원으로 보이는데 뭐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너무 추워서 오디오 가이드고 나발이고 사진찍고 버스타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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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말하기 전에 영국의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 나는 영국의 Kallkiwk이라고 하는 체인 복사전문점에서 일한다. 이곳에서 나는 주5일 주로 배달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 크리스마스가 되어서 휴일을 받게 되었는데, 무려 12월 24일부터 1월 3일까지 보름에 가깝다. 영국의(대부분의 유럽과 영미권국가들) 크리스마스는 마치 우리나라의 음력 설날과 같은 느낌이다. 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크리스마스가 또다른 연인들의 날(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이긴 해도)로 변해버렸지만, 이곳에서는 역시나 '가족'의 날이다 보니 휴일을 이리 길게 잡는가 보다.

 뭐 어찌됐건 외국인인 나로서는 이 긴 휴가기간동안 딱히 할것도 없고 해서 자전거 타고 어딘가 가보기로 했다. 원래는 파리를 가고 싶었지만, 너무 멀기도 하고 첫 자전거타기로는 좀 미친짓 같아서 스톤헨지를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자전거는 출퇴근에도 쓰고 일할때도 쓰는 Raleigh 레이싱 자전거. 65파운드에 ebay에서 업어온 물건이다. 멀리가기엔 적합하지 않은 자전거로 타이어가 너무 얇기 때문에 바닥이 안좋을 경우 터질 우려가 있다. 가방도 일터에서 빌려온 보통 여행용 가방으로 최대한 가볍게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묵직했다. 

 동행이 시간상 여유가 별로 없어서, 런던에서 직접 출발하지는 않고 런던 서쪽 끝에 있는 히스로 공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그 곳에서 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Salisbury까지 가는 루트는 http://www.cycle-route.com/ 에서 찾은 경로인데, 미친놈이 '난이도는 졸라 쉬워 근데 바싱스토크에 도착하면 대가리를 쳐맞은 기분이 들꺼야' 근데 가는 내내 괴로웠다. 미친놈아 언덕이 이렇게 많은데 뭐가 쉽긴 쉽냐. (이 지도를 참고하긴 했는데 크게 도움은 안됬다. 인터넷을 할수가 없는데 뭐...)

 루트도 A30이라는 도로를 따라 가는 것이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A가 붙은 도로들은 자전거 타기엔 좋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로 자동차 중심의 도로로 되어있고 중간중간 자동차 전용도로 처럼 보이는 도로도 있기 때문인데, 갓길도 별로 없고 위험해서 심장이 깜짝 깜짝 놀랐다.

 어찌됐건 늦으막히 스타도 한판 하다가 12시가 다되서야 출발한 덕분에 시간이 촉박했다. Acton Town이라는 지하철 역으로 가서 Heathrow 공항까지 지하철을 탔다. (말이 지하철이지 전철이라는 개념이 더맞는것 같다.)

 '이 정신빠진 놈들 이 한겨울에 쯧쯧..' 이라는 시선과 '자전거를 가지고 왜 공항에 가지?' 하는 시선이 따가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쨋든 공항에 도착했다. 길이 좀 햇갈렸는데 공항 아저씨한테 물어서 길을 찾았다. 우선 A30 길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사실 출발전에 각종 지명을 종이에 다 써놓았지만, 작은 도로에는 도로 이름 같은것이 잘 안붙어 있고 A30, A303 이런식으로만 써있어서 역시 크게 도움은 안되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주유소를 들렸다. 초코바 몇개와 음료수 하나를 샀다. 갈증이 날 것 같아서 산 음료수 인데 의외로 목은 별로 마르지 않아서 집에 도착해서 까지 남아서 와서 다 마셨다. -_-; 놀라웠던 것은 히드로 공항에서 정말로 1분에 한번씩 비행기가 뜬다는 것이다. 아니 정말 징글징글할 정도로 쉴새없이 날라가는데, 런던에는 히드로 공항 말고도 4개가 더 있으니 런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지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사진만 봐서는 날씨가 안좋아 보인다. 하지만 영국은 특히 영국의 겨울 날씨는 정말 심할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침엔 날씨가 따뜻하다가 점심이 되면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는 사실이다. 해가 사실상 아침에만 뜨고 (구름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점심이 되면서 부터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날씨가 오후가 되면서 더 추워진다. 아침에 '아 날씨 좋네' 하고 옷을 가볍게 입고 나온다면 12시를 넘어가면서 후회를 하기 시작해 오후가 되면 욕이 나온다.


 그래서 이 정도만 되주시면 '아주 좋진 않더라도 꽤 괜찮은 하루' 인것이다. A30이라는 도로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왼쪽으로 자전거도로(및 인도지만 누가 여길 걸어가랴)가 있는데 이런건 사실 되게 드믄 경우고 보통 오른쪽에 있는 도로처럼 생겼다. 고로 차와 심할경우 50cm 정도 차이를 두고 자전거를 타야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첫날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도 그런게 12시에 출발해서 사실상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건 1시가 넘어서 였으니까, 런던 외곽만 되어도 시골이라 보시다시피 가로수도 없다. 해가 넘어가면 꼼짝못하고 잠이나 자야하는 상황이니까.

 

 마음은 급했지만 그래도 너무 빡빡하게 여행하는건 좋아하지 않는 터라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참견도 해가면서 여유있게 여행했다. 

 내가 살고 있는 런던은 세계적인 대도시 답게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사실 전원적인 것들과 자연을 좋아하는 내게는 조금 번잡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어딜가나 사람이 많고 어딜가나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있다. 이렇게 꽉차있어서 공원들이 많은가 생각될 정도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런던에서 자동차로 30분만 달려 나오면 꽤 한산해진다. 크게 복잡하지도 않고, 전원적인 풍경과 넓은 녹지가 펼쳐진다. 

 사진에 나온 건물은 어떤 학교 건물인데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로 상당히 아름답다. 방학이라서 그런것인지 이 크리스마스 대연휴 때문인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별로 없었고, 물론 문도 닫혀잇었으니까 사진만 몇방 찍고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연습삼아 집에서부터 한번 가봐야겠다. 가까우면서도 뭔가 런던과는 다르게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까지가 아마 30분? 1시간 정도 타고 왔었던 것 같다. 크게 힘들지도 않고, 바람과 숲을 즐기면서 가볍게 라이딩했다.

 중간에 만난 저택(?)으로 보이는 곳의 입구에서 사진을 한장 더 찍었다.


 누구신지 주인장은 모르지만 어쨋건 감사합니다. 


 첫날은 대충 요렇게 생긴 길을 달렸다. 오르막길도 있고, 옛 성현님 말씀처럼 고생끝에 내리막이 있었다. 

 여하튼 여유있게 달려왔어도 배가 고픈건 인간인지라, 밥 먹을 곳을 찾았다.


 Haddock 이라는 생선으로 만든건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대구의 일종이라고 사전에 써있으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 신나게 먹었다. 늘 그랬듯이 사진찍는건 까먹고 먹는 중간에 잠깐 찍었다. 영국에서 거의 유일한 요리라고 할만한 피쉬&칩스. 요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어쨋든 요리는 요리니까. 보통 식초랑 소금을 뿌려 먹는데 이날 처음으로 식초를 뿌려봤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 식초는 우리나라 식초랑은 냄새도 맛도 조금 다르다. 냄새도 맛도 조금 덜하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았다. 적어도 내 입맛에는 맞았다.

 식사를 끝내고 나니 벌써 어둑어둑 해져서 어둠용 옷을 꺼내입었다. 그런데 그도 잠시 가로수 하나 없는 길에서 좁은 갓길을 따라 달리는 것은 좀 무리였다. 정말 완전한 어둠을 뚫고 30분을 달리다 보니 저 멀리 Ely 라고 하는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상 전진하는건 힘들것 같다는 생각에 이곳에서 묵기로 했다. 방 하나에 50파운드 니까 둘이 자기에는 크게 비싼 것도 아니었다. 밥도 주고. 


 침대도 좋았다. 이불이 아주 따뜻해서 마음에 들었음.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 짓고 아침을 일찍 출발하기 위해 잠을 일찍 청했... 으나.. 잠을 깨버리는 바람에 새벽 4시까지 뒤척이다 힘들게 잠을 다시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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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alogstyle